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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책상에 배달된 와인잔… K-직장인 10년 차가 겪은 뉴질랜드 오피스의 문화 충격

근무 중 책상에 배달된 와인잔… K-직장인 10년 차가 겪은 뉴질랜드 오피스의 문화 충격

뉴질랜드 회사에서 처음 겪은 Friday Drinks

뉴질랜드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었다.

업무도 영어로 해야 했고, 사람들이 말하는 속도도 빨랐고, 회사에서 어떤 행동이 자연스럽고 어떤 행동이 이상한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처럼 보이려고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으니 회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출근하면 일하고,

업무시간에는 집중하고,

상사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괜히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오후였다.

나는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고 있었는데 Manager가 내 자리로 걸어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모니터 옆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투명한 잔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색깔을 보고 다시 봤다.

와인이었다.

“이거 마시면서 해요”

Manager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Enjoy.”

나는 잠깐 멈췄다.

‘지금… 이걸 마시라고?’

시계를 봤던 것 같다.

아직 업무시간이었다.

사람들도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책상 위에는 와인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그때 정말 잠깐,

‘내가 뭘 잘못 이해한 건가?’

싶었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업무시간 중에 책상에 술이 올라오는 상황은 상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회식에서 술을 마시는 건 익숙했다.

퇴근 후에 마시는 것도 익숙했다.

그런데 일하면서 마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주변을 슬쩍 봤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맥주를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와인을 한 잔 받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계속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옆 사람과 잠깐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만 혼자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데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문제는 내가 술을 잘 마시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거의 못 마시는 편이다.

그런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Manager가 웃으면서 건네준 와인을 바로

“No thanks.”

하고 돌려주는 것도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거절했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일단 잔을 받아 들었다.

조금 마시는 척도 했다.

속으로는 계속 웃겼다.

‘와, 진짜 외국 회사 맞네.’

한국 회사에서 이 모습을 누가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기도 했다.

업무시간에 책상 앞에서 와인잔 들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낯설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때 처음 Friday Drinks라는 문화를 제대로 알게 됐다.

Friday Drinks라고 해서 매주 거대한 파티가 열리는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꽤 특별한 행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생각보다 소박했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냉장고에서 맥주나 와인을 꺼내는 사람이 있고,

잠깐 같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냥 자기 자리에서 한 잔 마시면서 일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다.

누구도 마시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게 나에게는 오히려 더 신기했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회식에서는 가끔 술을 못 마신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귀찮을 때가 있었다.

“한 잔만 해.”

“이 정도는 괜찮잖아.”

이런 말을 듣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술을 주는 것보다 안 마시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맥주 대신 탄산수를 마셔도 되고,

아예 아무것도 안 마셔도 된다.

처음에는 와인을 거절하지 못해서 괜히 들고 있었던 내가 오히려 좀 웃겼다.

처음에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섞여 있는 게 이상했다

내가 낯설게 느꼈던 건 술 자체보다도 업무시간에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 있었다.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고,

술은 퇴근하고 마신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뉴질랜드 회사는 그 경계가 조금 느슨했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었다.

각자 마무리할 일을 하고,

필요하면 이메일을 보내고,

다음 주 이야기도 했다.

그 사이에 와인 한 잔이 들어온 것뿐이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주 동안 같이 일한 사람들이 잠깐 긴장을 풀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장치일 수도 있겠구나.

지금은 와인보다 그 분위기가 더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익숙해졌다.

금요일 오후에 누군가,

“Drinks?”

라고 물으면 이제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조금 마시고,

싫으면 다른 음료를 마신다.

사실 지금도 와인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게 된 건 그 시간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자 바쁘게 일하다가,

잠깐 프로젝트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도 하고,

이번 주 힘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주말에 뭐 할 건지 묻는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간다.

거창한 회식도 아니고,

누군가 참석을 강요하는 자리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없다.

내가 놀랐던 것은 ‘술’보다 선택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돌아보면 첫날의 나는 와인잔 하나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다.

‘업무시간인데 이래도 돼?’

‘상사가 주는 건데 안 마시면 이상한가?’

‘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싫으면 안 마시면 되는 일이었다.

해외에서 처음 일할 때는 이런 작은 순간에도 계속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맞는 행동이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생각보다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Friday Drinks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즐기는 사람도 있고,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도 있고,

일찍 집에 가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선택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 첫 와인잔이 생각난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고 왔기 때문에 나는 회사생활에 대해서는 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 와서 정말 사소한 장면들 때문에 계속 생각이 바뀌었다.

사장이 직접 바닥을 닦는 모습도 그랬고,

점심시간에 모두 따로 밥을 먹는 것도 그랬고,

아픈데 출근했더니 집에 가라고 한 것도 그랬다.

그리고 업무시간에 내 책상에 와인잔이 놓였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지금은?

금요일 오후에 와인잔이 지나가도 별생각이 없다.

오히려 그때의 내가 조금 웃기다.

잔을 들고,

‘이거 진짜 마셔도 되는 건가?’

하면서 주변 사람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

아마 뉴질랜드 회사생활에 적응했다는 건 이런 작은 것들이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문화 충격이었던 장면이,

어느 순간 그냥 평범한 금요일 오후가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