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겪은 소소하지만 강렬했던 문화 충격 이야기를 하나 풀어보려 합니다. 바로 직장인들의 영원한 고민이자 즐거움, '점심시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저는 대리 직급을 달고 있었습니다. 오전 11시 반만 되면 슬슬 눈치를 보다가 "과장님, 부장님, 점심 드시러 가시죠!" 외치며 다 같이 우르르 몰려 나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죠. 메뉴 통일은 기본, 싫든 좋든 '점심시간=업무 연장선이자 단합의 시간'이었던 뼛속까지 K-직장인이 바로 저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뉴질랜드에 처음 입사했을 때였습니다. 첫 2주 동안은 매일 동료들이 다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어 (?) 주더라고요. 속으로 ‘아,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라 한국이랑 별반 다를 게 없구나!’ 하며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루는 동료 3명과 하하호호 즐겁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어제 같이 먹었던 멤버 중 딱 둘이서만 쏙 나가서 밥을 먹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어... 뭐지? 나 왕따인가? 왜 나만 빼고 가지? 어제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혼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그다음 날은 한술 더 떠서, 아예 다들 각자 흩어져서 나가더군요. 당황스러움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 뻔했던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저는 이 나라의 진짜 점심 문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2주일은 신입 사원인 저를 위한 동료들의 엄청난 '배려'였던 거였습니다.
뉴질랜드의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철저한 개인의 자유’였습니다.
- 같이 먹고 싶은 날엔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가볍게 먹고,
- 혼자 조용히 자리에 앉아 먹고 싶으면 먹고,
- 심지어 밥을 안 먹고 밖으로 운동이나 쇼핑을 하러 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문화.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고, 누구도 타인의 점심 스타일에 강요나 섭섭함을 느끼지 않는 게 이곳의 당연한 룰이었습니다.
K-직장인의 DNA를 풀가동하며 혼자 눈치 보고 상처받을 뻔했던 시간들이 조금 민망해지기도 했지만, 이 문화를 이해하고 나니 비로소 엄청난 해방감이 찾아왔습니다. 오늘 내 메뉴를 남에게 맞출 필요도 없고, 억지 텐션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진짜 휴식 시간 말이죠. 이제는 저도 자리에 앉아서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즐깁니다. 서운함 없이요 ^^
혹시 뉴질랜드나 해외 취업을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동료들이 나를 두고 혼자 밥 먹으러 간다고 절대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건 왕따가 아니라, 여러분에게 완벽한 자유를 선물하는 그들만의 문화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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