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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도입하자 주니어 2명이 사라졌다. 뉴질랜드의 달라지는 채용 기준

주니어 2명을 동시에 해고한 뉴질랜드 기업 실화와 AI 고용 대격변의 현실

AI를 도입하자 주니어 2명이 사라졌다

뉴질랜드 회사에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달라지는 채용의 기준

얼마 전 UX Designer로 일하는 베트남 친구와 이런저런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회사를 옮겼고, 요즘 일이 어떻고, 취업 시장이 정말 안 좋다는 평범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친구가 자기 회사에서 최근 있었던 일을 하나 들려줬다.

마케팅팀에 Copywriter가 세 명 있었다고 한다.

Senior Copywriter 1명.
Junior Copywriter 2명.

그런데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Junior 두 명의 포지션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물었다.

“왜?”

친구의 설명은 간단했다.

AI.

회사가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Senior Copywriter 한 명이 AI를 이용해 예전에 세 명이 나눠서 하던 상당 부분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믿기지 않았다.

미국의 거대한 테크기업 이야기도 아니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야기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실제로 다니는 뉴질랜드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물론 나는 그 회사의 경영진도 아니고 해당 restructuring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redundancy가 정말 AI 하나만을 이유로 결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하나였다.

“AI가 정말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단계를 넘어, 팀의 인원수 자체를 바꾸기 시작한 걸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의외로 ‘배우면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이유가 있다.

생각해보면 Junior가 회사에 들어가 처음부터 엄청나게 어려운 일을 맡는 경우는 많지 않다.

Senior가 큰 방향을 잡으면 Junior가 그 아래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한다. 카피라이터라면 초안을 만들고, 하나의 광고 문구를 여러 버전으로 바꾸고, SNS Copy를 만들고, 자료를 정리한다.

디자인도 비슷하다.

Senior Designer가 Concept을 잡으면 Junior가 Resize를 하고, Variation을 만들고, 이미지를 찾고, 간단한 Retouching이나 Artwork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런 업무들이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20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줘.”

“좀 더 젊은 Tone으로 바꿔줘.”

“이 이미지와 비슷한 Concept 10개 만들어줘.”

예전에는 이런 일을 하면서 Junior가 배웠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부터 Creative Director처럼 거대한 Concept을 만든 것이 아니다. 누군가 시키는 작은 일을 하고,

수정하고, 혼나고, 다시 만들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보는 눈이 생겼다.

그런데 이제 그 작은 일들을 AI가 가져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금 무서운 질문이 생긴다.

Junior가 하던 일을 AI가 한다면, 미래의 Senior는 어디에서 경험을 쌓아야 할까?

나는 오히려 이게 AI 시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 기업들의 AI 사용은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

친구 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궁금해서 뉴질랜드 상황을 조금 찾아봤다.

단순히 주변에서만 느끼는 변화는 아니었다.

뉴질랜드 MBIE가 2025년에 발표한 SME 연구에서도 기업들의 AI 도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기업이 효율 개선, 행정업무 감소, 일상적인 비즈니스 운영 지원을 목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2026년 MBIE가 공개한 Digital Capability 자료에서는 뉴질랜드 기업의 약 절반이 현재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나온다.

정부도 아예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2026년에는 중소기업들이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Advisory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기업들이 전문가와 함께 AI 적용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공동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그러니 AI가 뉴질랜드 기업에서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일하면서 느끼는 변화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했던 일을 이제 내가 AI를 열어서 직접 처리한다.

이미지도 그렇고, Copy도 그렇고, Idea Generation도 그렇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거 AI로 하면 되잖아.” 라는 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AI니까 해고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뉴질랜드 회사가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이제 ChatGPT 있으니까 당신 필요 없습니다.” 라고 다음 날 직원을 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mployment New Zealand에 따르면 기술 개선이나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업무 방식은 workplace change의 genuine business reason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는 영향을 받는 직원들과 협의해야 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 Redundancy를 결정하기 전에는 가능한 redeployment도 검토해야 한다.

즉, AI 도입 = 자동으로 합법적인 해고 이런 간단한 공식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 변화 자체가 조직 구조를 바꾸는 실제 business reason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나는 꽤 무섭게 느껴진다. AI가 더 이상 재미있는 이미지나 만들어주는 신기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팀에 정말 이 인원수가 필요한가?” 라는 경영진의 질문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면접관 입장에서 나 역시 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건 남의 회사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 역시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 지원자의 Portfolio와 CV를 보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Photoshop을 얼마나 잘하는지, Illustrator를 얼마나 잘하는지,

직접 Drawing을 할 수 있는지, 이런 기술적인 능력이 상당히 중요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질문이 하나 더 생겼다.

“이 사람은 AI를 이용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직접 손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작업도 이제는 AI로 상당 부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면 단순히 Tool을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건, AI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지,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

100개의 결과물 중 우리 Brand에 맞는 하나를 골라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실제 상업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다.

AI가 아무리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도 결국 마지막에는 누군가 판단해야 한다.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그 판단을 하는 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는 경험 많은 사람의 판단력이 더 비싸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Junior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AI가 있으니까 Junior는 필요 없다.” 라고 말하고 끝내는 건 너무 쉽다. 그런데 Junior가 사라지면 몇 년 뒤 Senior도 없다. 모든 Senior도 한때 Junior였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배우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기업들도 결국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만약 지금 내가 Junior Designer라면 Portfolio에 완성된 결과물만 보여주지 않을 것 같다. AI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내가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Concept을 생각했고, AI를 어디에 사용했고, 무엇이 잘못 나왔고, 그걸 어떻게 수정했고, 최종적으로 왜 이 결과물을 선택했는지.

즉, “AI가 이걸 만들어줬습니다.” 가 아니라, “나는 AI를 이렇게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를 보여주는 것이다. 둘은 완전히 다르다.

‘AI를 사용할 줄 안다’도 곧 평범한 능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은 CV에, AI Skills / Generative AI / Prompt Engineering 같은 단어를 넣는 것이 조금 특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Photoshop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 특별한 기술이었다. 지금은 Designer가 Photoshop을 쓸 줄 안다고 해서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AI도 결국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진짜 차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결과가 좋은 결과인가.

그리고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

AI가 아무리 빨라도 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과물은 그냥 그럴듯한 쓰레기 수백 개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Junior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AI를 잘 쓰는 능력’만은 아닐 것이다.

AI의 속도에 자신의 판단력을 붙이는 능력.

나는 그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무서워졌다

솔직히 친구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무서웠다.

AI 때문에 두 사람이 실제로 직장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내 주변 사람에게서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자인 업계에 있는 나 역시 이 변화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가까이 있다.

내가 몇 년 전 돈을 주고 외주를 맡겼던 일들을 지금 AI로 하고 있고,

몇 시간 걸리던 작업을 몇 분 만에 끝내기도 한다.

그 편리함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편리함이 어디까지 갈지 무서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흔히 하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라는 질문이 조금 오래된 질문처럼 느껴진다.

이미 일부 업무는 없어지고 있고, 일부 역할은 합쳐지고 있으며,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더 궁금한 건 이것이다.

“AI를 가진 한 사람이 예전의 두세 사람 몫을 하게 되는 시대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직 나도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낀다.

AI를 모른 척하고 예전 방식만 고집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

그렇다고 AI가 만들어주는 것만 받아먹는 사람이 되는 것도 위험하다.

결국 필요한 건 AI보다 더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무엇을 시키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아닐까.

친구 회사에서 사라진 두 개의 자리를 생각하면 그 말이 예전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