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업계에서 단가 높기로 유명한 영역을 꼽으라면 단연 '3D 모델링'과 '제품 컨셉 디자인'입니다. 프로그램 다루기도 까다롭고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뽑아낼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저희 회사도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보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외부 3D 전문 디자이너에게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쥐여주며 작업을 맡기곤 했습니다. 고가의 외주 비용이 나갈 때마다 속이 쓰렸지만, 대안이 없으니 당연한 비용이라 생각했죠.
특히나 뉴질랜드는 작은 나라다보니, 믿고 맡길 실력있는 회사도 몇 없고, 있어도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보통 프리랜서나 해외 인력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한 이후, 저희 회사는 외부 3D 외주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1.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3D 외주 대신 AI 사이트 결제
요즘 제가 출근해서 가장 많이 쓰는 도구는 무거운 3D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바로 AI 디자인 사이트들이죠.
솔직히 현업에서 체감하는 AI의 발전 속도는 공포스러울 정도입니다. 요즘 AI는 정말 못 만드는 게 없습니다. 대략적인 스케치나 텍스트 몇 줄만 던져줘도, 예전 같으면 며칠 밤을 새워야 겨우 나올 법한 3D 제품 컨셉과 렌더링 이미지를 단 몇 초 만에 수십 개씩 뽑아냅니다.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려볼 것도 없었습니다.
- 기존: 외주 업체 한 번 쓸 때마다 수백만 원 지출 + 수정 요청할 때마다 눈치 싸움과 시간 소요.
- 현재: 기가 막힌 AI 사이트 2~3군데 유료 결제 = 무제한 3D 콘셉트 추출 가능.
비용이 몇 배, 아니 몇십 배 이상 저렴해지는데 어떤 회사가 굳이 외부에 비싼 돈을 주고 일을 맡길까요? 안타깝지만 이게 지금 디자인 업계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2. 툴만 다루는 기술자가 먼저 굶어 죽는 시대 (?)
물론 3D 시장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작은프로젝트같은건 이제 AI가 대신해주니 외부에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어진거죠.
AI는 지치지도 않고, 일하다가 도망갈일도 없고, 잦은 수정에도 짜증한번 안내니... 사용안할 이유가 없는것이죠. 또한 좋은 프롬프트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비주얼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디자이너들이 이 AI 천하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요?
3. 미래에 살아남는 디자이너의 2가지 무기
매일 AI로 여러 이미지를 뽑아내며 뼈저리게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천재 같아도, 결국 걔를 움직이는 건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AI를 이기고 롱런하는 디자이너들은 툴 숙련자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텍스트(Prompt)를 지배하는 '글쓰기 능력'
AI에게 내가 원하는 완벽한 비주얼을 뽑아내려면, 머릿속 상상을 정확하고 정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말과 글을 잘 쓰는 디자이너가 AI를 가장 완벽하게 노예처럼 부릴 수 있습니다. 기획 의도를 글로 녹여내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은 AI가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머릿속 지도를 넓히는 '생각과 탐험 능력'
AI는 인간이 인풋(Input)을 주는 만큼만 아웃풋을 냅니다. 디자이너 본인의 뇌가 굳어있고 아는 게 없으면, AI를 가지고도 뻔하고 지루한 결과물밖에 못 만듭니다. 끊임없이 세상을 탐험하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다각도로 생각할 줄 아는 깊이 있는 디자이너만이 AI의 잠재력을 200%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업하면서 많이 느끼는 부분은, 내 표현이 풍부하면 그 만큼 내가 원하는 고 퀄리티의 이미지가 나오고, 쓰는것도 귀찮아서 대충쓰면 정말 말 그대로 대충 나오더라구요....
📝 글을 마치며: '제작자'에서 '디렉터'로
이제 디자이너는 직접 손으로 흙을 빚는 '제작자'의 포지션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대신 AI라는 엄청난 조수를 거느리고 전체적인 판을 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은 AI에게 맡기세요. 대신 우리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탐험하고, 더 매력적인 스토리를 글로 쓸 줄 아는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인가, 기술을 부리는 지배자가 될 것인가. 결국 우리의 '생각하는 힘'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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