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충성심 하나로 버텨온 K-직장인'이었던 제가 뉴질랜드에 직장생활중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는 사무실 분위기가 평소처럼 평온했고, 모두가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사장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사무실 바닥을 닦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바닥이 끈적끈적 하다면서 말이죠...  

사장이 바닥을 닦는데 모두가 모른 척한다?


순간 제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니, 사장님이 바닥을 미는데 다들 가만히 있다고?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네? 여기는 무슨 위아래도 없나? 다들 어려서 철이 없구나... '

K-직장인의 DNA가 발동한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일어나 외쳤습니다!

"헤이! 사장님! 내가 할께!"

순간 사무실 기류가 묘해졌습니다. 동료들은 저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고, 사장님도 오히려 민망한 듯 멈칫하더군요.  그러더니 웃으면서 농담식으로 한마디 던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보스가 바닥 밀면 직원들 다 가만히 안 있어요! 다들 좀 보고 배우세요! 허허허."

모두들 웃으며 넘어가셨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속으로 '이 친구들 참 어려서 철이 없고 버릇이 없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커피는 내가 탈게" 사장님의 두 번째 반전

몇 달 뒤, 이번에는 회사에 중요한 거래처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사장님이 탕비실에서 열심히 커피를 타고 계시더군요. 프로 K직장인 이였던 저는 이번에도 참지 못하고 다가갔습니다.


"헤이! 사장님, 커피는 제가 탈게요!"

그러자 사장님은 손사래를 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냐, 괜찮아! 이런 건 내 손님이니까 내가 직접 대접해야지. 고마워, 가서 일 봐!"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데, 문득 깨달음이 스쳤습니다. 그동안 사장님이 무언가를 할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달려갔던 제 모습이, 이곳 사람들의 눈에는 오히려 '이상하고 특이한 행동'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과 뉴질랜드 직장의 결정적 차이: '수평적 문화'의 실체

요즘 한국 직장도 '님' 호칭을 쓰고 많이 유연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과 '눈치 문화'가 존재합니다. 반면 뉴질랜드 직장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눈에 보이는 계급이 정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사장과 직원의 차이는 '신분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역할의 차이'일 뿐입니다.

사장이 청소하고 커피를 타는 건 그저 그 순간 사장에게 여유가 있거나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뿐, 직원이 눈치 보며 빼앗아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동료들이 사장을 무시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라, 사장의 ' 개인적인 행동'과 '영역'을 존중해 준 것이었죠.

📝 글을 마치며: K-직장인의 뉴질랜드 적응기

이제는 저도 사장님이 바닥을 닦거나 커피를 타면 가볍게 눈인사만 건네고 제 일에 집중합니다. 처음에는 '버릇없다'고 느껴졌던 이 문화가, 익숙해지고 나니 쓸데없는 감정 소모와 눈치 싸움을 줄여주는 최고의 업무 환경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혹시 해외 취업이나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 중이신가요? 처음에는 한국식 '정'과 '눈치'를 내려놓는 게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이곳에서는 여러분의 과도한 친절보다,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가장 프로페셔널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