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뉴질랜드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겪었던,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고 웃픈 직장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뼈 속까지 'K-직장인'이었던 제가 해외에서 제대로 문화 충격(Culture Shock)을 먹은 사건인데요. 뚝심 하나로 버티던 저를 당황하게 만든 뉴질랜드의 반전 문화,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1. 목이 찢어져도 출근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K-직장인이니까!
뉴질랜드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정말 지독하디지독한 목감기에 걸려버렸습니다. 침을 삼키기는커녕 숨만 쉬어도 목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고, 뇌까지 울리는 듯한 기침이 멈추지 않았죠.
하지만 제가 누구입니까? '야근은 밥 먹듯이, 밤샘은 취미로, 폭우가 와도, 눈이 쌓여도, 교통대란이 와도, 주말 출근은 옵션'이었던 혹독한 대한민국 직장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정예 멤버(?) 아니겠습니까.
"죽어도 회사에서 죽는다! 성실함이 내 무기다!"
당시 제 머릿속엔 오직 이 생각뿐이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출근 도장을 찍었죠. 그리고 사무실이 떠나가라 "쿨럭! 쿨럭!" 기침을 해대며, 흡사 독립운동가 같은 엄숙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는 은근히 '나 이렇게 아픈데도 출근해서 열심히 일한다. 기특하지?나 이런 사람이야!' 라는 한국식 눈도장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2. "제발 부탁인데, 집으로 꺼져(?) 주세요, please!!"
그런데 제 기침 소리가 커질 때마다 사무실 공기가 묘하게 싸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후, 라인 매니저와 사장님이 제 자리로 다가오시더군요. 그러더니 아주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Hey, 너 몸이 너무 안 좋아 보여. 그냥 지금 집에 가서 쉬는 게 어때?"
한국 직장 생활 짬바가 있던 저는 단박에 눈치를 챘죠. '아하, 이거 말로만 가라고 하고 진짜 가면 뒤통수치는 그 인사치레구나! 다들 참 마음씨도 좋지.. 날 걱정해주는군!'
저는 0.1초 만에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저 정말 괜찮습니다! 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 대답을 들은 사장님과 매니저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눈빛에서 '인사치레' 따위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죠. 급기야 나중에는 "제발 부탁이니까 가방 싸서 집에 가라"며 거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때 제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아니, 일하겠다는 사람을 왜 자꾸 쫓아내지? 내가 일을 못 해서 집에 가라는 건가? 나 잘리는 거야?'
결국 저는 엄청난 눈치를 보며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고 가방을 싸 들고 조퇴 길에 나섰습니다. 그리곤 매니저에게 "나 갈께.. 내일보자" 그때 매니저의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Of course!!!"
3. 일하겠다는 사람을 왜 쫓아낼까? 뉴질랜드의 반전 문화
다음 날, 매니저가 신신당부한 대로 뉴질랜드의 가정의학과(GP)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회사 걱정은 붙들어 매라는 매니저의 문자를 보며 하루를 더 푹 쉬었죠. 따뜻한 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나니 찢어질 것 같던 목 통증도, 무겁던 몸도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하다 깨달았습니다. 이게 뭘까?..... 이게 문화 차이구나...
한국에서는 아파서 조퇴나 연차를 쓰려면 온갖 눈치와 죄책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 '나 때문에 다른 동료가 내 업무 독박 쓰는 거 아냐?'
- '상사가 나를 끈기 없는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하지만 뉴질랜드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픈 직원이 억지로 앉아 있어 봤자 업무 효율도 안 나오고, 무엇보다 다른 건강한 동료들에게 감기를 옮기면 회사 전체에 손해다! 그러니 빨리 가서 쉬고 완쾌해서 오는 게 이득이다!" 라는 지극히 합리적이고도 인간적인 계산이었던 거죠.
4. 찝찝함이 아닌 '리스펙'을 배우다
일하겠다는 나를 쫓아냈던 사장님의 행동은 눈치 주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나를 걱정해 주고 배려해 준 '진심'이었습니다. '나를 위한 조퇴'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저에게, 뉴질랜드가 건넨 다정한 퇴근 명령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찝찝함 대신, "회사보다 네 몸이 먼저야"라는 따뜻한 존중을 채운 채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죽어라 일만 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돌보는 법'을 처음으로 배우게 된 소중한 에피소드였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미련하게 모니터 앞을 지키고 계신 분이 있나요?
가끔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쉬어가는 것 또한, 더 멀리 가기 위한 최고의 업무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제 글이 재미있으셨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려요! 여러분의 직장 에피소드도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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